워싱턴에서 나고 자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오하이오의 오버린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1984년 런던으로 이주하여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첫 소설 <버진 블루>가 재능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프레시 탤런트>에 선정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어서 1999년 신비에 싸인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을 다룬 <진주 귀거리 소녀>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오른다
<복구의 모나리자> 라 불리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는 화가의 삶만큼이나 신비에 싸인 작품이다
특히 그림 속 소녀의 매혹하는 동시에 매혹당한 듯한 눈길은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키면서 끊임없는 찬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소녀는 누구이고, 어ᄄᅠᇂ게 그림의 모델이 되었을까?
커다란 두 눈과 보일 듯 말 듯 불가사의한 미소는 순수함인가 유혹인가? 작가 슈발리에는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에 대한 치밀한 복원과 정확한 미술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주인과 하녀, 화가와 모델, 그리고 남자와 여자로 마주선 베르메르와 소녀가 예술과 삶 사이에서 벌이는 고요하고도 열정 어린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 귀고리 소녀>를 본 것은 내가 열아홉 살 때였다
그 전에는 이 화가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미술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지만 ,이 그림에 즉시 빠져들고 말았다
소녀의 머리를 감싼 푸르고 노란 아름다운 천,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피부 위에 내려앉은 빛 물기를 머금은 듯한 눈동자와 귀에 매달린 촉촉한 진주에 매료됐다
나는 밖으로 나가 이 그림의 포스터를 사 가지고 들어왔고, 이 그림은 이후 이십년동안 내가 어디에 살든 벽의 한 곳을 차지해왔다
그림의 구도와 색, 빛은 여전히 멋지다. 하지만 나로 하여금 그림을 계속 바라보며 고민하게 한 것은 소녀의 얼굴에 어린 표정이었다.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분명히 말할 수가 없었다. 행복한가? 믿고 마음을 놓은 것일까?
아니면 두려워하는 것일까? 순진한 여자일까? 아니면 닳고닳은 여자일까? 베르메르는 수많은 감정들 사이에 소녀를 가둬두는 데 기적적으로 성공했다. 지난 세월 동안 소녀의 표정에 떠오른 모호함이 이 그림을 항상 새롭게 하고 살아 있게 만들었다
어느날 그림을 다시 한번 보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녀를 저렇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베르메르는 그녀에게 무엇을 했을까” 화가와 모델 사이에 어떤 유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소녀는 베르메르 때문에 이런 표정을 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좀더 알고 싶었다. 그래서 베르메르에 관한 모든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가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그림에 나온 모델은 완벽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소녀는 누구든지 될 수 있었다. 딸, 이웃, 하녀, 놀라운 일이긴 했지만, 아무도 이 소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난 즐거웠다. 그건 내가 상상하는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베르메르에 관해 알려진 몇 가지 사실은 다음과 같다. 그는 1632년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태어났고 평생을 거기서 살았다. 1652년에 베르메르는 화가들의 길드에 들어갔는데, 이것은 그가 공식적인 그림 훈련을 마쳤음을 의미한다. 같은 해에 그는 부유한 가톨릭 집안의 여자인 카타리나 볼네스와 결혼했다. 베르메르 가족은 개신교였기 때문에, 베르메르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유는 카타리나와 결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한동안 장모의 집에서 함께 살아싸고, 열다섯 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그 중 넷은 어릴 때 죽었다. 베르메르의 작업 속도는 아주 느렸다. 오직35점의 작품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는 또한 미술 거래상이었으며, 두 번이나 길드의 대표를 지냈다. 베르메르는 여러 차례 빛에 시달렸고, 1675년 43세의 나이로 갑자기 죽었다. 아마도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 발작이나 뇌일혈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고한다
이런 몇가지 사실들만으로는 소설의 밑바탕을 이루기에 충분치가 않았다
하지만 대신에 베르메르의 작품들이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그 속에는 이야기와 인물들, 일상 생활의 세세한 부분들이 담겨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글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던 “간결하고 분명하게 세상을 보는” 베르메르의 방식이었다. 베르메르는 “적을수록 더 낫다”는 것을 내게 가르쳤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이 미학의 원리를 연습해오고 있다
나는 베르메르 전문가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또 예술가도 아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내게 여전히 강력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소녀의 얼굴에 어린 표정에 사로잡혀 소설을 썼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리고 결코 알지 못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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